추모의 편지
우리들의 영웅, 숭고한 소방정신을 길이 추모합니다

김미현여사님 추모사

지난 2022년 10월 22일 제19회 순직소방공무원 추모식때 김미현여사님께서는 35년전 故양언 소방관님과  인연으로 참석 해주셨습니다.
아래는 익산에 사시는 김미현여사님께서 주신 추모사 입니다.
깊은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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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저는 익산에 사는 김미현입니다.

먼저, 열반하신 소방관님들의 영전에 이 글을 올립니다.

제 가족의 소방관님들과의 인연은 참 오래됐는데요.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의 일입니다.
35년 전인 1988년 3월 2일 0시 32분 경 저는 쌍둥이를 임신 중이었는데, 진통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저희가 살던 곳은 익산시 시골마을이었는데요.

그때 우연치않게 마을 전체가 도로를 포장하느라고 모든 차가 움직일 수가 없는 상태여서 동네에 자가용을 가지고 계셨던 분들도 
움직일 수가 없고, 택시를 수소문했더니 동네 도로가 그런 상황이어서 올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참으로 황당했지요.

그래서 119로 전화를 했습니다. 제가 도움을 요청하자 소방관님이 와주겠다고, 걱정말고 기다리라고 하시더라구요. 근데 
저희집까지도 소방차가 들어올 수 없어서 결국 큰 길가에 구급차를 세워놓고 소방관 두 분이 우리집까지 뛰어 오셔서 
우리 가족과 저를 데리고 나가 차에 태워주셨습니다.

당시 제 상태는 진통이 오면서 쌍둥이 중 한 아이의 한 다리만 몸 밖으로 나오다 걸려있는 상태였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한다리만 빠져나오는 상황이었고, 처음에는 발가락만 빠졌지만 병원에 도착할 쯤에는 허벅지까지 빠져있었습니다.

이동하는 동안 평소 다니던 산부인과에 전화를 해서 의사선생님들도 대기중이었어요. 
제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의사선생님은 제 상태를 보시고 놀라면서 “여기 병원에서는 세 사람의 목숨이 모두 위험하니 
빨리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하셨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소방관님들께서는 다시 제 가족을 구급차에 태우고 원광대학교병원 응급실로 데려다주셨습니다. 
그리고 새벽 2시 경, 저는 두 딸을 순산했어요. 소방관님들은 혹여 저희에게 또 다른 일이 생길까봐 
아이를 무사히 낳았다는 소식을 들을 때까지 그 자리를 지켜주셨습니다.

대학병원 의사선생님께서는 “조금만 늦었으면 산모인 저와 아기 둘이 위험할 뻔했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일을 우리 집은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기적이 벌써 35년 전의 일이 되었어요.

우리집에 그렇게 기적이 온 후에 두 딸이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때 그 소방관님들께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뿐이었습니다. 
두 딸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도, 두 딸이 소방관님들의 은혜를 입고 태어나 사회에 보은할 수 있는 
간호학과와 언어치료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해 대학을 갈 때도 우리 가족은 늘 이야기했습니다. 

“소방관님들이 아니었으면 지금 우리 가족은 없다. 그러니 언젠가는 꼭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요.

두 딸이 대학을 졸업할 때쯤, 딸들이 소방관님들의 은혜로 이 땅에 태어나서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 
싶어서 그때의 소방관님들을 찾고 싶어졌습니다. 
당시로는 22년 전이었는데, 만나면 맛있는 국밥 한그릇이라도 꼭 사드리고 싶은 마음이었지요.

그래서 그런 제 마음을 편지에 적어 소방서에 전달을 했는데, 
여러 날이 지난 후에 돌아온 소식은 그때 그 소방관님께서 출동 중에 돌아가셔서 안 계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은혜를 갚을 길이 완전히 사라진 것 같아 우리 가족은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35년이 지난 지금, 그때 태어난 두 딸은 각각 간호사로, 언어재활사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간호사 선생님으로 사는 쌍둥이 큰 딸은 아프리카에 자원봉사까지 다녀왔습니다. 
매일 매일 기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신 지금은 고인이 되신 양언 소방관님들의 은혜에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또, 우리 가족은 살면서 소방관님들이 국가공무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도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원하면 이루어진다더니, 정말로 기적이 일어났고 저희는 진심으로 한 가족처럼 기뻤습니다.

보고싶어도 볼 수 없는 분이 되신 양언 소방관님. 맛있는 것을 한번 사드리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그분이 베풀어 주신 은혜에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저 멀리 하늘나라에서도 저희 가족이, 그리고 더 많은 가족이 행복하기를 항상 지켜봐주세요. 

그리고 모든 소방관들의 안전한 소방활동을 기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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